IAMTHATch 136

[IAMTHATch] 선과 깨달음, 시를 짓듯 대하라

오상호여여사응吾常呼汝汝斯應 여혹신오오첩수汝或訊吾吾輒酬 막도차간무불법莫道此間無佛法 종래불격일사두從來不隔一絲頭 내 늘 널 부르면 너는 바로 대답하고 내가 내게 질문하면 내가 즉시 대답했지.이 사이에 불법이 없다고 하지 말라. 이제껏 실 한끝도 들어갈 틈 없었나니.  ‘시자가 게송을 구함으로 써서 주다’라는 제목의 고려시대 충지 스님의 선시입니다. 아마도 시중드는 시자가 불만이 많았나 봅니다. 잔심부름만 하고 공부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죠. 그런데 스님은 알려줍니다. 우리 사이에 서로 부르고, 대답하고, 밥 먹고, 물 마시는 그것이 모두 불법을 전수한 것인데 웬 불법 타령이냐? 교와 선이 하나로 엮이는 전통에서는 사실 선승을 따로 구분하지 않습니다.요즘으로 치면 종교 의식을 집전하는 스님이나, 강론을..

IAMTHATch 2024.12.17

[IAMTHATch] 영성지능과 발달라인

영성지능은 절대진리와 상호작용한다.-켄 윌버 우리는 이미 의식수준에 대한 켄 윌버의 주장을 간략히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윌버- 콤스 격자로 표현되는 의식의 구조, 상태의 수준이 그것입니다. 수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영성지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수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물을 의식수준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영성지능이란 모든 수준에서 깨달음을 지향하는 인지능력과 그 요소들에 대한 발달라인을 의미합니다. 영성지능을 재창한 켄 윌버가 제시하는 무의식의 구조적 발달 단계는 7개로 요약됩니다.태고, 마법, 신화, 합리, 다원, 통합, 초통합 그리고 의식의 상태 수준은 조대, 정묘, 원인, 비이원으로 제시되죠. 구조를 수직의 단계로 놓고 상태를 수평의 단계로 나열하면 윌버 콤스 격자가 완성됩니다..

IAMTHATch 2024.12.16

[IAMTHATch] 선과 깨달음, 마음에 점찍기

어떤 암자의 주지가 시주를 받으러 오니 감자가 말하길 “바로 말하면 시주를 하겠소.”그리고는 마음 心자 하나를 써놓고 물었다. “이게 무슨 글자예요?”“마음 心자입니다.” 그러자 감자가 다시 자기 아내를 불러다 물었다.이게 무슨 글자요? “마음 心자입니다”라고 똑같이 말했다.그러자 감자가 “내 촌뜨기 마누라도 암자의 주지가 될 수 있겠군.”그 중이 아무 말도 못했고 감자도 시주를 하지 않았다. 불교 전체를 한 글자로 줄이면 빌 空, 아니면 마음 心이라고 합니다.앞으로 보면 텅 빈 공이고 뒤로 보면 오직 마음 하나라고 해도 되겠습니다.그래서 선에서도 마음 心자 글자가 꽤 자주 등장합니다. 선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이야기가 있죠.전설의 고향 버전입니다만 아주 오랜 옛날에 아는 것이 없던 노파가 큰 스..

IAMTHATch 2024.12.12

[IAMTHATch] 수행의 여러 전통들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평등하다-탈무드  우리는 앞서 요가의 세 가지 방법인 즈나나, 카르마, 박티 요가를세 가지 전통인 불교, 유교, 기독교를 예를 들어 살펴봤습니다. 요가는 이 세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고 종교적 전통 역시 세 가지를 가지고 모든 것을 살펴봤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의 초점은 우리가 적용해야 할 수행의 틀을 짜기 위해 넓은 범위를 살펴보고 핵심이 되는 개념을 짚어본 것입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종류의 수행법과 지침이 있다고 공감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무엇을 짚어볼 것인가에 대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제외해야 할지에 대해 정리해 보는 것이 나을 정도입니다. 불교만 해도 우리가 본 사성제, 팔정도가 아닌 다소 밀교적인 티벳 불교의 방법들이나 선불교의 방식이 있습니다. 시작부터 ..

IAMTHATch 2024.12.11

[IAMTHATch] 선과 깨달음, 주장자로 알아보기

많은 섬 문답에서 대산님들이 주장자를 던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장자는 1미터 남짓 되는 일종의 지팡이인데 우리 또래들은 어릴 적 홍콩 무협영화에서 소림사의 높은 스님들이 나올 때마다 봐서 잘 압니다. 불자라고 하는 먼지떨이처럼 생긴 것과 더불어 선승들의 상징처럼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걸 내려놓거나 툭 던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우리가 가끔 듣는 말로는 한 검사가 옷을 벗는다고 하거나 미국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경찰관이 배지와 권총을 반납하는 것과 비슷합니다.아니 그게 그런 정도였나요?  중이 물었다. “어떤 것이 바로 근원에서 끊는 것입니까?”대사가 주장자를 던지고 방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습니다. 선문답을 글로 쓰인 것으로 보다 보니 이런 것까지 실감나게 이해하기는 어렵고 주장자나 불자가 등장..

IAMTHATch 2024.12.10

[IAMTHATch] 기독교적 실천, 헌신 수행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오직 내 안에 그리소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라디아서  박티 요가란 신에 대한 헌신하는 수행법을 의미하는 힌두교 용어입니다. 힌두교 용어를 가지고 왜 기독교 수행을 이야기하려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 기독교의 전체적인 교의가 박해라고 할 수도 없고 분명 카르마 요가나 즈나나 요가의 요소도 많이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윤리적 가르침은 카르마 요가에 해당하고, ‘깨어있으라’는 명령은 지혜수행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다만 절대적인 신을 상정하는 종교에서 신을 향한 순복과 헌신은 다른 전통에 비해 특징적이므로 박티, 헌신 수행을 설명하기 가장 좋은 전통은 기독교를 비롯한 유일신 신앙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례는 가장 극명한 박해의..

IAMTHATch 2024.12.09

[IAMTHATch] 선과 깨달음, 깨어있는 나

출가자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귀가 솔깃합니다. 재가자 입장에서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일까요?뭔가 한마디라도 얻어듣고 배우려는 탐구심일까요? 아무래도 겉모양과 분위기가 다르면 뭔가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죠.그래서인가 이런 일화들이 가끔 생기고 전해집니다. 1970년대 후반 부산지방법원에 근무하던 30대의 판사 3명이 인근의 통도사를 구경하러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통도사 극락암에는 당대의 선승이던 경봉 스님이 계셨고 판사 3명은 경봉선사를 한번 뵙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죠. 마침 경봉 스님은 감기 기운이 있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극락암측에서는 판사들이 면회 신청을 하니매정하게 거절하지 못했습니다.마침내 노선사와 젊은 판사들이 마주 앉았습니다. 경봉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디..

IAMTHATch 2024.12.05

[IAMTHATch] 유교의 행위수행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행위가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바가바드 기타  카르마 요가는 인도 말로 [행위 수행]입니다. 자신의 삶에 주어진 역할과 임무를 다하고 그 행위에 대한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생활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업 수행이며 일어날 일의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에 집착이나 보상 심리를 가지지 않고 행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카르마의 요가를 유교로 풀어 이야기하려는 것을 좀 이상하게 느낄 분도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종교 인구를 셈할 때 보통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같은 종교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유교 인구를 추정한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아마도 대한민국 사람들은 유교를 종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절대 신을 모시지 않는 것이 이유라면 불교도 그렇습니다.조상에 대한 제사가 ..

IAMTHATch 2024.12.04

[IAMTHATch] 선과 깨달음, 답하되 답하지 않기

“죽비라고 해도 안 되고 죽비가 아니라고 해도 안 된다.” 일단 의미를 따라가면 끝이라는 걸 알지만 우리는 자동적으로 따라갑니다. 죽비란 대나무로 만든 도구입니다. 주로 소리를 낼 때 쓰는 불교 교단의 도구인데 가끔 좌선 수행할 때 조는 수행자에게 충격을 가하는 용도로도 씁니다. 죽비라는 단어를 듣는 것까지는 괜찮죠. 그런데 죽비라고 한다, 아니다라는 술어까지 포함해 문장을 들으면 우리는 순식간에 의미를 해석합니다. 그게 생각이죠.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게 이상한 건 아닙니다. 다만 선 공부를 하는 목적에 따라 그 소리를 들으면서 눈을 바짝 뜨고 있어 보자구요. 저 말소리, 말을 하는 이의 입모양, 소리가 전달되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 스멀거리는 내 귓가의 진동과 눈동자의 흔들림 그런 것들을 ..

IAMTHATch 2024.12.03

[IAMTHATch] 불교의 지혜수행

불교는 2600년 동안세 차례 대전환을 겪으면서도더욱 개방적으로 진화, 발전해왔다.-켄 윌버  즈나나는 지식 또는 앎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입니다.특별하게는 우주적인 실제를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말합니다.우리는 이것을 ‘지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즈나나 요가를 한자로 옮기면 ‘지혜의 수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지혜 수행이 불교의 독점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즈나나라는 말 자체가 힌두이즘에서 나온 것이죠.궁극에 이르는 방법으로 불교가 제시하는 방법의 특징이 지혜수행에 가깝기 때문에 대표적인 즈나나수행으로 불교수행을 드는 것입니다. 누군가 ‘불교의 지혜수행’이라는 제목을 들고 한 편의 동영상으로 그것을 설명하려 했다면 저는 처음부터 완전히 오해와 착각으로 시작한 거라고 한마디 했을 겁니다.말..

IAMTHATch 2024.12.02

[IAMTHATch] 선과 깨달음, 선문답에 친숙해지기

문자선을 해서라도 선문답에 익숙해지는 것은 공부에 도움이 되고 익숙해진 것이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의 장애를 만들지 않는다면 일단 시작을 쉽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실 선이라는 불교의 공부 영역이 현대인들의 익숙한 사고방식을 흔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선에 익숙해진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평소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의문을 갖고 돌아보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는 면에서 명상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것은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익숙하다는 것의 가장 대표적인 영어 단어가 매너리즘이라는 말인데 틀에 박힌 태도나 방식을 뜻하는 말이죠. 우리가 바라는 바는 이런 식의 익숙함이 아니라 자주 보니 좀 알겠다 싶은 familiar에 가깝습니다. 익숙해지기 위해 여러 선문답의 내용을 살펴보다..

IAMTHATch 2024.11.28

[IAMTHATch] 실천수행 방법

모든 형성된 것들은 소멸하기 마련이다.방일하지 말고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열반경  깨달음의 지도가 드디어 실천과 수행편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처음 깨달음의 지도를 계획하면서 1) 의식수준과 깨달음 2) 세계와 존재 3) 존재와 인식 4) 실천과 수행으로 시리즈의 순서를 정했던 것은 목표가 뭔지를 정하고 우리 생각의 틀을 점검한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물론 비교적 내용이 제한된 것부터 우선 정리해 보고자 한 것도 이유였습니다. 실천과 수행이 뒤로 밀린 이유는 서양 철학의 구성 순서가 주로존재론, 인식론 이후에 윤리학 같은 실행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존재론과 인식론에 해당하는 내용은 주로 유추적인 명제들인 반면 실천과 수행은 일종의 지침이기 때문에 그 종류나 불..

IAMTHATch 2024.11.27

[IAMTHATch] 선과 깨달음, 초심자의 선문답 이해

선에는 문자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래가 좀 오래된 것이긴 한데 선 공부의 이런저런 경우를 많이 보고 또한 질문과 해답을 겉모습으로 판단해 그에 맞게 이해를 가진 답을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한마디로 말과 글을 떠난다는 선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에 비록 문답이 있고 때로는 정말 그럴듯한 해제가 있지만 그런 경우는 올바른 선이 아니라는 뜻으로 문자선이라고 하는 것이죠.좋은 뜻으로 쓰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선 공부를 처음 하면서 아예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따라가기는 힘듭니다.삭발하고 절에 들어가 공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런 분위기에 젖기도 힘들고 막막하게 혼자 선문답을 본다고 방법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경우에는 선에 익숙해지기 위해 맞고 틀리고 하는 것을 떠나 따라해 보기도 하고 왜 이런..

IAMTHATch 2024.11.26

[IAMTHATch] 의식의 궁극

나무를 잘라 보라.나는 그곳에 있으며돌을 들춰 보라.그러면 거기서 나를 발견하리라.-도마복음  우리는 인식론 시리즈를 통해 의식의 발생과 변화, 그리고 그 회귀 과정을 통한 깨달음에 대해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의식이라고 하는 것의 개념에 대해 그 영역과 작용을 정리해 봤습니다.그리고 자아의식의 출현과 세계의 성립 분별, 의식의 발생으로 인한 번뇌와 고통의 전개 과정을 이해하고 고해의 바다인 생멸문을 떠나 깨달음의 길인 진여문으로 들어가는 지도의 방향을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바다는 어디이며 우리가 오르고자 하는 산은 어디인지를 알고자 의식의 수준, 세계와 존재, 존재와 인식을 주제로 지도를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아직 길이 완전히 그려진 것은 아니지만 목적지는 지도 위에 분명하게 그려졌다..

IAMTHATch 2024.11.25

[IAMTHATch] 선과 깨달음, 달마가 서쪽에서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무엇입니까?” “계곡천이 깊으니 물자루가 길구나.” 선종은 교조를 양나라 때 입국한 달마에 대고 있습니다.달마는 인도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래서 교조가 서쪽에서 온 뜻이라고 하는 것은 꽤나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액면 그대로 달마가 중국까지 와서 전하려 한 것은 무엇인지 묻는 뜻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성이 이미 모두에게 있는데 굳이 법을 펴고 따라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며 마지막 질문에 해당하는 마음 둘 곳이 어디인지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후대로 오면 관용구로 굳어져 도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무엇입니까?” “지금은 무슨 뜻이냐?”어떤 스님이 마조에게..

IAMTHATch 2024.11.21

[IAMTHATch] 의식과 과학

아무도 저 달을 보기 전에는저 달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알버트 아인슈타인  양자물리학의 출현은 서구 인식론에 큰 충격을 준 사건입니다.왜 그럴까요?  관찰과 측정, 가설과 증명은 서구 근대 철학의 인식론적 문제를 해결한 과학적 방법론이었습니다. 세상은 명확하게 파악될 수 있는 것이며, 인간의 인지능력 밖에 있는 것들조차 적절한 이론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결과를 입증하는 방법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모습을 그려내고 법칙을 찾아내고 원리를 이용해 기술 혁명을 일으키던 근대 과학은 서구적 근대사회의 토대이자 기둥이자 지붕이었습니다.이성과 경험을 종합해 전 세계를 지배하는 힘을 가지게 해준 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양자물리학은 여기에 큰 의문을 던집니다.우리는 과연 세계를 정확히 ..

IAMTHATch 2024.11.20

[IAMTHATch] 선과 깨달음, 꿰뚫어 보기

바위를 보면 딱딱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직접 만져볼 수도 있습니다.바위라는 생각 말고 정말 바위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연기법을 공부해서 알고 있는 것처럼 바위의 그 본질은 인연 화합으로 생겨나 인연이 닿아 하면 사라지는 실체 없음, 즉 텅 빈 공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행자들이 이 바위가 변하고 사라지며 실체 없는 공이고 그래서 이름뿐이라고 하는 것을 이론적으로 이해하더라도 그것은 바위와 공이라는 또 하나의 색다른 분위기의 이름을 알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이 상황은 실제로 수행자들에게 매우 험난한 산 위의 길목이자 넘기 어려운 고개입니다. 이 말이 실감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넘기도 어렵지만 넘어가려는 시도가 거듭되면서 체력이 바닥나 포기하게 되기 때문에 험난한 ..

IAMTHATch 2024.11.19

[IAMTHATch] 선과 깨달음, 즐탁동시

동대문시장에 20년 된 점포를 가진 사장님에게 어느 날 중학생이 된 조카가 찾아와 묻습니다.“이모, 장사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열심히 하는 거지”  삐~~ 질문도 답도 다 틀렸다고 봐야겠죠.왜냐하면 질문하는 이의 의도와 답하는 이의 의도가 전혀 연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시쳇말로 핀트가 안 맞았습니다.  선 공부도 그렇지만 사람 사이에 뭔가 의미 있는 것이 오고 가려면 의도가 맞아야 합니다. 남대문시장에 30년 된 점포를 가진 사장님에게 어느 날 무역회사를 다니고 있는 조카가 찾아와서 묻습니다.“이모 요즘 장사 어때요?” “밥 먹고 갈래?”  두 사람 모두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되는 것이 보이죠.장사가 어떠냐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 오랜만에 얼굴 보고 안부 인사를 하는 겁니다. 물론 “밥 먹고 갈래?”라..

IAMTHATch 2024.11.18

[IAMTHATch] 의식과 윤회

카르마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삶은 불공평하고 잔인해 보입니다-데이비드 호킨스  우리는 유식학을 요약해 8식을 이해하려 했습니다.일심의 세계인 8식에서 7식과 6식을 거쳐 전5식으로 나타납니다.8 아리아식의 변화가 7식에서 에고의 집착으로 나의 마음과 세계로 바뀌고, 6식에서는 나의 마음에 탐진치가 나타나 번뇌와 고통을 만듭니다. 이렇게 의식이 드러나는 과정을 [생멸문]이라 하고 거꾸로 가는 깨달음의 과정을 [진여문]이라고 합니다. 아뢰야식에서 출발해 다시 아뢰야식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축적하고 드러내는 아뢰야식의 모습을 우리는 봅니다. 아뢰야식은 마치 바다처럼 넓고 깊으면서 모든 파도의 모양을 만들어냅니다. 유식에서는 아뢰야식의 이런 능력을 능장, 소장, 집장으로 요약합니다.-능장은..

IAMTHATch 2024.11.14

[IAMTHATch] 선과 깨달음, 생각 벗어나기

사람은 감각을 가지고 지각을 합니다. 눈, 귀, 코, 입, 몸의 다섯 감각기관이 있다고 하죠.그래서 감각도 다섯 종류가 있습니다. 빛, 소리, 냄새, 맛, 촉각이 그것입니다. 물론 축약된 것이죠. 빛에는 명도, 채도, 색깔 같은 부수적인 영역이 있고 우리 눈에 안 보이는 비가시광선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소리도 고주파, 저주파의 감청 불가의 진동도 있으며 그래서 귀가 아닌 몸으로 하는 소리도 있습니다.맛에도 달고 짜고 쓰고 신 맛이 있고 누구는 매운 것도 맛이라 하고 누구는 그게 맛이 아니라 혓바닥이 아픈 감각이라고 합니다. 저런 감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종류의 감각이 생깁니다.그래서 우리는 평소에 순수한 감각 자체를 잘 느끼지 못합니다. 이건 단식을 해보면 체험할 수 ..

IAMTHATch 2024.11.13

[IAMTHATch] 의식과 자아

악마를 보지 못했다면그대 자신의 자아를 보라-잘랄루딘 루미  의식의 발생 과정 속에서 하나의 고정된 전제 조건으로 따라붙는 것이 바로 제7 말라식입니다. 우리가 자아의식, 에고라고 부르는 바로 그 관성의 힘입니다.유식학이 제7 말라식을 창안하거나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뚜렷하게 개념적으로 정리한 것은 매우 중요한 전기를 만든 사건입니다. 사실상 서구철학의 인식론이 칸트 이후 훗설의 현상학으로 주객분리를 극복하고 물 자체를 이해하는 인식론적 반성을 했지만, 거기에 그치고 오히려 기계론적이고 유물론적인 인식론으로 빠져버린 이유 중 하나가 제7 말라식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근현대 서구철학을 대표하는 관념론과 유물론 모두 휴머니즘에 근거하고 있으면서도 자아의식에 대해서는 ..

IAMTHATch 2024.11.12

[IAMTHATch] 선과 깨달음, 수행으로의 선공부

세계 인구가 80억인데 각자가 모두 다릅니다. 쌍둥이조차도 다르죠. 네, 즉 원래 다양합니다. 본래 그런 모양이라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일단 80억 개가 있습니다. 모두 자기 세상을 보며 그 안에서 삽니다.하지만 그 다양한 형상들의 세상도 사실은 모두 같은 재료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래서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는 것으로도 진실을 전할 수 있습니다.실재하는 것은 오직 하나뿐인 바로 이것입니다.  그것을 전하는 방법이 수백만 가지가 있어도 가리키는 것은 하나입니다.  사실 다양성이라고 하는 것은 가만히 보면 일종의 경계선들입니다.그리고 더 섬세하게 보면 그것은 80억 인류 각자의 눈높이입니다.눈높이가 달라서 보는 위치도 다르고 보이는 가치도 다릅니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IAMTHATch 2024.11.11

[IAMTHATch] 의식의 변화

모든 정신적 내용은집착을 나타낸다-데이비드 호킨스, 호모스피리투스> 유식학이 제시하는 8가지 의식은 인식의 과정일 뿐만 아니라 존재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인식론의 귀결점을 유식학에서 찾고자 한 것은 그것이 연기적 세계관과 인식론을 연결하는 고리이면서 인식론과 실천론 즉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연결하는 고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동영상에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의식과 세계를 초월해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유식학의 설명을 통해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깨달음이라는 과정에 대한 불교의 인식론적 설명을 통해 우리는 도무지 답이 없어 보이는 진리를 향한 지도에서 길을 하나 그릴 수 있을 겁니다. 유식학은 매우 방대한 경전, 논서들로 구성된 일종의 이론 체계입니다. 우리는 그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만 쉽게..

IAMTHATch 2024.11.07

[IAMTHATch] 선과 깨달음, 확연함의 정체

“여러분의 붉은 살덩이 위에 무위진인이 있어 항상 그대들의 면전을 출입한다.보이는가?만약 보지 못하거든 보는 놈을 보라.” 보이는 것이 모두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아십니까?생명이 있어 유기체라고 부르는 동물, 식물뿐만 아니라 돌멩이, 나무, 조각, 콘크리트, 기둥, 옷자락, 심지어 김치 쪼가리까지 살아있어 말을 거는 듯한 느낌입니다. 저는 한참 동안 찌그러진 맥주캔과 대화를 나눈 적도 있었습니다.그 순간만큼은 이것이 너무나 확연해서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이것이 그것이라고 실토할 수밖에 없습니다.그 순간만큼은 부처고, 예수고, 스승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습니다.거기에 잘못 끼어든 스승은 제자에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제대로 된 스승은 “깨갱”하며 물러날 줄도 알죠.  대부가 남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말했..

IAMTHATch 2024.11.06

[IAMTHATch] 의식의 발생

단 것은 달고 쓴 것은 쓰다.뜨거운 것은 뜨겁고, 차가운 것은 차가우며 색은 색이다.그러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원자와 텅 빈 공간 뿐이다.-데모크리투스 지난 동영상에서 서구 인식론의 감각과 지각에 해당하는 불교 인식론의 영역으로 짧게나마 오온과 18계 설명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불교 인식론 전체에 대해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오온과 18계 이후로 불교 인식론은 치열한 탐구가 계속되어 마침내 유식학에 이릅니다. 불교 인식론을 제대로 깨끗하게 정리해 주면 좋겠다 싶다면 그런 것이 이미 있다고 안심해도 됩니다. 동양철학에서 의식의 발생 과정을 이토록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는 서구 철학자들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물론 유식학은 존재론과 인식론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인식론이라고 ..

IAMTHATch 2024.11.05

[IAMTHATch] 선과 깨달음, 법사와 선사

우리가 보는 많은 선문답의 모습들은 그 스님들이 무엇을 어떻게 공부했는지가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문답의 과정에 도달하기 위해 스승과 제자가 쌓은 수행의 과정은 감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선의 전승이 내려오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들보다는 촌철살인의 선 문답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고 경전 공부에 대해서는 경전만을 파고드는 이른바 경승, 법사에 대한 경계의 법문도 많아서 마치 선불교는 경전 공부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여기는오해가 생겼습니다. “너는 어떤 일에 힘쓰고 있는가?”“예, 화엄경을 강의하고 있습니다.”“몇 종류의 법계가 있는가?” “사법계, 이법계, 이사무애법계, 사사무애법계가 있습니다.”제안 손님은 설법 할 때 쓰는 불자를 들어보이며 물었다.“이것은 ..

IAMTHATch 2024.11.04

[IAMTHATch] 감각과 지각의 세계

뇌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아보지 못하며나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기계이다.-로저 스페리  우리는 인식론이라는 것이 서구철학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동양철학에는 거기에 필적할 것이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앎이라는 것에 대한 초점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앎이라는 것이 지식이 아닌 진리 그 자체를 아는 것이라면 동양철학에도 인식론이 있으며 깨달음 전통의 인식론이란 우리가 인식의 도구로 쓰는 개념이나 관념, 언어를 믿지 말고 지혜롭게 도구로 쓰라는 의미라는 것도 봤습니다.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그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서양 인식론의 실재론, 경험론을 넘고 동양철학의 손가락을 넘어서 깨달음을 향해 가는 지도로서의 인식의 문제를 이해해 보고자 합니..

IAMTHATch 2024.10.31

[IAMTHATch] 선과 깨달음, 지사이문(指事以問)

큰스님이 절의 스님들과 함께 절 바깥으로 나가다가 절 문 앞의 돌기둥을 보고 합장했다. “안녕하십니까? 세존이시여.” 곁을 따르던 스님이 큰 스님에게 말했다.“스님 이건 돌기둥입니다.” 큰스님이 말씀하셨다.“목이 터지도록 울어도 쓸 데 없으니 입을 다물고 봄을 보내는 게 좋겠구나.” 이 선문답 일화에서는 큰스님이 돌기둥에게 인사를 하고 그 인사하는 뜻을 몰라보는 제자를 나무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이렇게 사물을 가리켜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방법을 [지사이문]이라고 합니다. 초기 선종에서 사물을 가리켜 묻는 방식은 순간적으로 깨닫도록 개발된 것이었습니다.물론 이렇게 가리키는 것을 보고 알아차리는 경지에 와 있어야 효과가 있겠죠. 그러다 보니 쉽지 않은 일이라 여기서 조금 시간을 들이는 간화선 방식도..

IAMTHATch 2024.10.30

[IAMTHATch] 깨달음 전통의 인식론

찾는 것과 찾는 자 따위는 없다.완전히 이해했을 때찾는 것은 찾는 자와 하나가 된다.-파드마 삼바하바  동양적 전통의 인식론은 뭘까요? 한마디로 할 수 있습니다.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  정말입니다. 동양철학 전통에서 이 말보다 인식이라는 도구에 대해 정확하게 표현한 말은 없습니다. 그만큼 동양철학에서의 인식론은 철학의 본질이 아니고 접근 방법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식론이라는 말 자체가 서구철학의 한 분야로 정립된 것을 근대 이후 번역어로 만들어낸 것이기도 합니다. 동양사상의 주류인 유교에서 인식론 비슷한 것을 찾으려면 아마도 그 분량이 너무 적어서 ‘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앞서 본 서구철학의 합리주의, 경험주의의 필적하는 理와 氣의 사상 체계는 있지만 인식..

IAMTHATch 2024.10.29

[IAMTHATch] 세계관과 인식론 (2/2)

근대 서구철학의 인식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하나는 합리론, 이성주의라고 부르고 -또 하나는 경험론, 감각주의라고 불러요. 말뜻 그대로 우리에게 이성이 있어서 뭔가 아는 선험적 능력이 있다는 생각과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거라는 생각입니다. 이성주의는 참된 인식을 감각경험이 아닌 이성의 논리적 사유에서 찾고자 합니다.이성의 사고에 의한 인식이 진리를 보증한다고 하는 견해죠. 이성은 타고나는 것이고 이성의 힘이 모든 지식의 근본이라는 주장입니다.이것 역시 극단적으로는 인식론이 아니라 형이상학, 종교적 교리와 다를 바가 없게 됩니다. 경험주의는 감각적 경험을 통해 안다는 입장이지만, 극단적으로는 결국 감각 말고는 근거가 없으니 알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불가지론으로 갈 수도 있습..

IAMTHATch 2024.10.28